Canvas Play : detail2022
2022. 8. 19 - 2022. 9. 4
RainbowCube, Seoul, Korea

카메라를 관통한 이미지 너머의 회화의 세계

2011년 설립된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Google Cultural Institute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 있는 1200개 이상의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20만 점 이상의 예술 작품과 600만 개 이상의 이미지를 소장하게 되었다. 작품들은 누구나 구글 아트 앤 컬처Google Art and Culture 웹사이트[1]와 모바일 앱을 통해 이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작품을 1메가 픽셀 디지털카메라 대비 1000배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기가 픽셀의 고해상도 이미지로 재현했기 때문에 눈앞에서 실제로 보는 것보다 더 자세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미지를 확대해 나갈수록 관람객은 표면에 그려진 형상을 넘어 섬세한 붓 터치의 결 혹은 세월이 만든 물감 표면의 갈라짐까지도 볼 수 있게 되는데, 그 순간, 감상의 영역은 그려진 형상이라는 환영적 영역에서 회화의 표면이라는 물리적 영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구글 아트 프로젝트Google Art Project는 ‘확대하기’라는 단순하지만 새로운 방식을 통해 전자기기를 이용한 작품 감상과 온라인을 활용한 전시가 단순히 실제 전시의 대용품일 뿐이라 여겼던 사람에게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주었다.

구글 프로젝트를 통해 다니엘 아라스Daniel Arasse의 저서 [디테일]을 떠올리게 된 것은 단순히 작품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작품 보기의 새로운 방법론이 생겼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창작자와 관객의 시각 능력이 동일한 것을 전제하여 감상을 논했다면, 현재는 카메라를 관통하여 재생산된 또 하나의 작품(이미지) 또한 감상의 영역에 들어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붓 터치와 갈라짐 등의 회화 표면의 물리적 영역은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모바일 폰, 태블릿에 장착된 카메라를 포함한 디지털카메라의 기능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논의의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오랫동안 여러 미학적, 역사적 관점에서 작품의 가치를 매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인간 대부분은 같은 인간이 창작한 회화 작품의 미묘하고 섬세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통해서도 감동을 받는다. 다만, 상대적으로 논리적, 객관적 가치를 매기기 힘든 영역이므로 언급되지 않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회화의 표면과 색, 작가의 붓 터치 등의 요소를 통해 얻어지는, 논리적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요소들과 현대미술에서의 회화의 역할, 대안 혹은 창의성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디테일의 두 가지 양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디테일에서 한 사물의 투명한 이미지, 즉 ‘디테일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모방이라는 점에서 완벽하게 구성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우리는 디테일에서 무엇을 재현했는지 불투명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두드러지며, 현존 효과(effet de présence)란 점에서 눈부시게 처리된 회화적인 질료를 볼 수 있다. 우리는(이미지를 만드는) 첫 번째 디테일을 ‘도상적인 것(l’iconique)’, 두 번째 디테일을 ‘회화적인 것(le pictural)’이라고 부를 것이다. [2]

아라스의 각기 다른 두 가지 디테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재하는 것을 완벽히 재현했다는 사실로부터의 디테일이 아닌, 그 재현된 대상을 구성하는 회화적(물리적, 재료적) 디테일을 감상의 부수적 역할 이상의 대상으로 두고 완성된 작품에 작용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때로 관객이 작품의 빼어난 디테일로부터 오는 작품의 완결성에 감동하여 작가를 인간 이상의 존재로 경외하게 된다는 사실은 작품에 그려진 형상이 말하려 하는 서사와 상징만으로 작품의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이다. 또한 회화와 조각 등의 전통 매체가 수없이 이어온 기술의 발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매체라 생각하는 이유는 작품의 실물이 전할 수 있는 어떠한 지점을 디지털로 재생산 된 가상에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고려하여야 한다.

온라인에서 작품과 전시의 전경 사진이 전파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왜곡과 과장 현상은 동시대 예술에 큰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 플랫폼의 성향에 어울리는 작품이나 ‘그럴듯하게 잘 포장된’ 이미지에서 실제 작품의 예술성은 부풀거나 배제된다. 인플루언서가 가지는 힘처럼 이미지와 이미지 소장자의 힘은 실제 작품의 가치와 상관없이 ‘좋은 작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어 특히 경계해야 한다. 관객뿐 아니라 작가의 작품 성향 또한 기호에 맞춰 움직이게 된다는 점은 특히 더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온라인에서 빛나는 작품이 실제 마주했을 때도 빛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실제로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액정이라는 스크린에 가려진 부분, 즉 작품 표면의 물성이 주는 작가 고유의 감각과 재료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기적 형태로서의 회화를 의지가 담긴 안구 운동으로 직접 관찰하여야 작품의 전부를 보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작품의 디테일을 본다는 것은 꼼꼼하게, 자세하게 본다를 넘어, 표면과 형상의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이성적으로 논할 수 있는 부분과 감성적으로 작용하는 부분, 환영적인 것과 물리적인 것 모두를 아울러 본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화를 2차원의 예술이라 부르는 것이 타당한 지, 회화의 표면과 형상과의 관계를 통해 회화의 특수성을 규명할 수 있는지, 마티에르라 일컫는 부수적 요인은 왜 논의에 대상에서 제외되어 왔는지, 스크린을 통해 감상하는 것과 실제 감상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인지, 작은 사진 이미지와 큰 사진 이미지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하고 싶었다. 또한 ‘화면으로 구현되지 못하는’ 부분을 관객들이 찾아주기를, 내가 추구하는 예술의 일부가 그 속에 있음을 알아주기를 희망한다. ■ 전영진

[1] https://artsandculture.google.com/
[2] Daniel Arasse. (2007). 디테일. (이윤영 역). 서울:숲. (원서출판 1992),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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